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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국내도서
저자 : 조남주
출판 : 민음사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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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주인공과 나는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다.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들은 나의 여자사람 친구, 지금은 애 엄마가 되어 소식만 전해 듣는 대학 동기들, 나의 아내의 삶과 비슷했기에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가 아들인 젊은 본부장과 같은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춘기 시절 김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사실 동시대를 산 누구나 사춘기 시절 주변에 김지영이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흔한 이름이었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책을 읽는 내내 사춘기 시절의 그 김지영이 생각 났다. 잘 살고 있을까? 20년이 지나지만 오랜 만에 그 친구를 떠올려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사회적으로 큰 사건 중에 하나가 IMF다. 당시 우리집은 IMF의 불황을 비켜갔기 때문에 삶에 크게 와닿는 것은 없었다. 은행 저축 금리가 높아져 정기적금을 넣으면 좋겠다는 얘기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IMF다. 하지만 대학 입학했을 때, IMF이전 학번, IMF 이후의 학번은 대학생활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랐다. IMF 이후 학번인 우리는 대학 1학년 때 부터 학점관리를 했고, 토익도 간간히 봐야했다. 요즈음 세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 선배들에게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IMF이전 선배들과 이 후 선배들간의 취업 퀄리티는 판이하게 차이났다. 아버지들이 안정된 직장인줄 알았던 대기업, 금융권에서 하나 둘 그만둬야하는 것을 보며, 공기업, 공무원이란 직업이 최고의 안정정을 가진 직업임을 인식했고, 바늘 구멍이되어 버린 대기업 취업문은 응당 신입생때부터 준비해야만 뚫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래 가지게 되었다.

 

4학년이 되어 취업을 준비했을 때, 잘 준비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는 삶의 질이 달라질정도의 격차를 가진 회사에 서로 취업했고, 여학생들은 아무리 좋은 스펙과 어학을 갖추더라도 서류 통과 하나하는 것도 버거워 했다. 어쩌다 통과한 서류로 갖게된 면접 기회는 소중했고 절박했다. 책에서 김지영이 면접을 본 회사 인사담당자와 통화에서 말한 "난 정말 절박하다 말이에요!"라는 심정이 딱 맞는 말이었다. 남자동기, 선 후배들이 하나 둘 취업할 때, 여자들 특히 인문학을 전공한 여학생들은 자신의 전공과 성별에 자괴감을 느끼며 홀로 취업 스터디를 지켰다. 사회의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아마 그들이 느낀 첫 좌절이었으라.

어렵게 어렵게 취업했지만 정말 열심히 하겠다며 다짐했지만 이내 자아를 찾거나 결혼 후 육아를 이유로 하나 둘 직장을 그만뒀다. 김지영처럼 사회가 아닌 가족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했다. 그리고 직장 상사들 또는 동료들은 얘기했다. 여자들은 뽑으면 일 좀 시킬만 하면 나간다고.   

 

책은 우리 나이대 성인들이 살아온 시대의 대부분의 이슈들을 김지영에 접목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이슈를 정면으로 맞은 사람은 그렇게 많이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산 독자들이라면 책에 나열된 각 이슈들 중 하나라도 응당 격었을 일들이기에 사람들이 공감을 표하고 "김지영"을 지지하는 것 같다. 최근 국회에서 김지영 법안이 발의 되었다고 한다. 책 속의 말처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금 김지영이 느끼는 육아와 일 병행의 어려움을 10년 뒤에는 무었이든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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