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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은 교회 생활에 아주 열심이었다. 이러한 부모님에 따라 자연스럽게 기독교라는 종교를 가지고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교회학교에서 자랐다. 이를 흔히 모태신앙이라고 부른다. 목사님과 전도사님, 어른들은 교회생활에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나름 순종적인 편인 나는, 무엇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어른들이 시키는 일들, 목사님, 전도사님이 설교하며 가르쳐준 교리를 지키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물론 전도도 열심히 했다. 교회학교에 친구들을 데려 오면 달란트를 준다는 말에 동네의 거의 모든 , 친구, 동생들을 교회에 데려왔다. 그리고 많은 달란트를 받아 1년에  1~2번 있는 천국잔치에 달란트로 살수 있는 가장 좋은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 교회 봉사도 열심하 했다. 학생부 성가대, 학생부 임원, 찬양인도, 매년 수련회도 따라가며 어디인지도 모르는 어느 산기슭에서 몇시간이고 앉아 설교말씀 듣고 지은죄를 회개하고 가족들에게 복을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열심히 하면 하나님이 복을 주시고,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죽어서 천국에서 사랑하는 아빠, 엄마, 형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중학교 때, 다른 교회 학생부들과 함께하는 연합집회에 참여했다. 강사는 서울의 어느 유명한 목사님 이셨다. 기도를 너무 많이 하셔서 목소리는 쇠가 갈린 목소리였고 그런 목소리를 가진 목사님을 교인들이 존경의 눈빛으로 봤다. 설교 중 목사님이 특정 여학생을 일으켜 세웠다. 담임하는 교회의 청년이었다.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이 친구는 하나님께서 복을 많이 주시고, 크게 쓰임을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친구 아버지가 MBC 카메라 총감독이라 교회 모든 영상작업을 총괄하여 봉사해주시고 이 친구는 서울대 법대를 가셨어. 사실 서울대 법대를 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3 공부할 때도 그렇고 법대생이라서 바쁠 텐데 교회봉사를 불평없이 꾸준히 열심히 해. 하나님이 분명 크게 쓰실 거시단 말이지" 라고 확신에 차서 말씀하셨다충격이었다. 난 나름 교회에 열심히 봉사한다고 했는데나의 봉사 방법이 잘 못된 것인가 의심을 해보았다. 아님 마음 가짐의 문제인 것 같기도 했다. 가끔 교회 갈 때는 귀찮았다. 예배시간에 졸기도 하고 친구들과 장난치기도 했던 것이 떠올랐다부끄러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 그전보다 조금 더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학생시절의 교회생활은 끝나갔다. 물론, 성적의 변화는 없었다. 아니 딱 노력한 만큼만 나왔다. 하나님이 나를 다른 쪽으로 쓰시려는 구나 하며 스스로를 위로 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서울대 법대에 간 그 여학생은 MBC에 입사하여 총카메라 감독을 할 정도의 우수한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러 받아, 정보의 중심인 서울에서 (아마 여의도 인근 거주 했으리랴월급쟁이로서는 고연봉의 아버지의 서포트를 받으면서 공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부분야에서는 다소 우수하지 않는 유전자와 외벌이 군무원 자식으로 박봉에 학원조차 마음대로 다니지 못했으며,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는 있었으나 의지가 박약했다. 그래도 나름 선방하긴 했으나 서울 법대에 간 여학생과 나의 차이는 신앙생활의 열심정도가 아니라 이러한 신앙 외적인 차이 때문이라는 건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난 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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